§ 시그널 인테그러티
시그널 인테그러티 (Signal Integrity)란 도대체가 무엇인가? 대부분 전자공학 혹은 그 관련분야의 학부를 졸업한
사람들에겐 매우 생소한 용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학부에서는 거의 이와 관련된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기에 이런 용어조차 듣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실제 산업체에서 고속/고밀도
SoC (System on a Chip) 혹은 SoP(System on a Package) 회로 설계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는
시그널 인테그러티 그리고 때로는 파워 인테그러티 (사실상 이것은 결국 시그널 인테그러티라는 용어의
서브 셋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지만) 라는 말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분명 과거보다는 요즘 들어 그런 말이 더욱 회자 되는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게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시그널 인테그러티는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회로 동작 속도가 빠를수록 그리고 민감한 회로 일수록 더욱
중요도가 증가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말들을 자주 들을 것이다. 시그널이란 말은 대부분 전자공학
관련 학부를 졸업한 엔지니어라면 어려움 없이 이해 할 것이다. 그런데“인테그러티”란 말이 조금은 생소 할 수 있다.
사전에 따라 약간은 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사전적 의미는 대충“아주 엄밀한 정직성 혹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원래 그대로의 상태”라는 의미로 정의 되어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는“신호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도
전혀 손상되지 않고 원래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자 이제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최초의 신호 (입력신호)가
임의의 정형화된 펄스신호라고 (예를 들어)생각하면서 실제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일단 신호를 발생시키자면 전원에서 에너지를 끌어와야 한다. 이 말은 전원의 파워 공급 선으로부터 입력회로
그리고 다시 그 입 력회로로부터 그라운드 선을 통해 최초의 전원부의 그라운드로 형성되는 전류-루프가
형성된다는 말이다. 이상적인 시스템에서야 그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하의 이동을 의미하고 이는 불가피하게 magnetic flux를 유기 시킬 것이고 이는 자신의 전류 패스 뿐만 아니라
주변 회로에도 유기 기전력을 발생 시켜 원하건 원하지 않건 주변회로에 영향을 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도체가 완전도체가 아닌 이상 에너지 손실은 불가피하다. 그러니 이미 초장에“인테그러티”란 말은 가당치 않은
말 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호는 다시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신호선 (도선은 에너지를
가이드 한다)을 따라 이동 할 것이다. 처음의 파워/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신호 선을 따라 이동하긴 하지만
입력단과 신호선의 임피던스가 서로 같지 않는 한 부드러운 신호의 입사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처음 부터 신호 선에 실리는 신호는 작든 크든 이러 저러한 이유로 상처를 받을 수 밖에는 없다.
그 상처 받은 신호가 신호 선에 이제 실리는 것이다. 그러면 혹자는 반문 할 것이다. ‘그까짓 것 입력 단에서
신호 변형이 얼마나 된다고.. 그리고 그런 것은 일단 무시하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떼를 쓴다면 좋다. 이제 과거는 모두 잊고, 지금 신호 선에 실린 신호 (원래의 펄스신호가 아닌 입력 단에서
상처받은 신호)를 이제 다시 근사적이나마 이상적인 신호 (즉, 상처 받았지만 그 양이 미미해 상처 정도를
무시한 신호)라고 가정하자. 그러니까 신호 선에 실린 신호는 이제 완전한“인테그러티”의 상태라고 가정하자는
말이다. 이제 이 신호가 신호 선을 타고 목적지까지 도달 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바라건데, 그 신호가 목적지에
도달해서 원래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signal integrity”는 유지되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가당찮은 이상론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말하는 회로이론이란
바로 이런 이상론에 근거한 이론인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회로이론 (전기회로이론 혹은 전자회로이론)은
signal integrity를 논하기에는 무척 불충분한 근사이론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 이론의 토대가 되었던
“Electromagnetic Field”(이후“EM-field 이론” 혹은“전자장 이론”이라 약칭 함) 의 입장에서 모든 회로이론을
재 점검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회로이론이 아닌 EM-field 이론으로 현상을 관찰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회로이론은 전자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quasistationary(이 말의 의미는“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신호전달 및 천이가 매우 빨리 끝나서 이동 전과 후가 같은 정지상태라고 봐도 무방한”이란 뜻이다)”라는
가정에 근거한 이론인데, 결국 요즘의 회로는 회로이론의 토대가 된 원초적인 이“quasi-stationary”라는 가정이
위배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가정이 위배된단 말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회로의 동작속도가 빨라졌고 신호 전달 경로는
상대적으로 길어 졌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 이제 부터는 전자시스템을
분석하거나 설계 할 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단순히 회로이론을 무작정 적용하지 말고 반듯이 quasistationary라는
가정이 타당한지를 먼저 검토하고 타당할 경우에만 회로 이론을 쓰고 그에 부응하는 측정장비를 써서 실험적으로
검증 하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반듯이 EM-field 이론을 쓰고 측정장비도 그에 걸 맞는 장비 (웨이브를
측정하는 장비)로 측정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뜻이다. 큰 일이라? 그렇다 큰일 난다.
이 단순한 가설의 위배 (?) 가 갖는 의미는 실로 지대하다. 즉, 그 가설이 위배되는 경우는 이론적으로 회로이론이 아닌
“transmission line theory”혹은“guided wave circuit theory”란 이론으로 접근해야 하며, 임피던스가 아닌 특성 임피던스,
저항이 아닌 에너지 손실(loss) 커패시턴스 혹은 인덕턴스가 아닌 electric field 와 magnetic field 즉, 간단히 말하면
시스템내의 에너지의 변화를 전압과 전류가 아닌 파동 (웨이브)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전자장에 대한 확고한 이해 없이 전자 시스템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다. 전자장이라? 학교마다
다소 교과목의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대개는 전자기학, 전자장, 전송공학, 전파공학 등등으로 이름 붙여진 바로 그 촌스런
과목들을 의미한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개 이들 과목은 요즘 전자공학을 처음 접하는 학부학생들에겐 따분하기도 하고
그 개념 잡기가 모호하기 그지 없는, 게다가 전혀 첨단의 냄새도 나지 않고, 그리고 명칭자체도 진부하기 그지 없는
천덕 꾸러기 과목 (?)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변함 없는 사실은 그 전자장 이론은 전자공학을 하는 한 기초과목 중의
기초 그리고 핵심과목 중의 핵심과목이란 사실을 부인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소견 일지는 모르지만, 내게 시그널 인테그러티가 뭐냐고 묻는 경우 나는 주저 없이 단 한마디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시그널 인테그러티”란 다름 아닌“전자장 이론으로 전자시스템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출처 : 2006 May [ IDEC NEWSLETTER ] 특집기사 - Special Article
저자 : 어영선 교수 (한양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부)
전공분야 : 고속/고밀도 VLSI 회로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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