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측정 및 분석의 중요성
요즘 같이 복잡한 회로를 분석하고 설계하는데 있어서 CAD 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CAD 툴이 위력적이라고 해도, 실제 물리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 CAD 툴이 물리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첫째 이유는 누가 뭐라해도 실제상황과 모델 사이에 존재
할 수 밖에 없는 불확실성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확한 실험적 분석을 통해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첩경이라 생각 된다.
흔히, characterization (어떤 물질 혹은 구조체의 물리현상 혹은 속성을 실험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많은 불확실성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 할 수 있다. Signal integrity 문제를 실험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고주파 측정이 필수적이다. 고주파 측정이란 다름 아닌 전압과 전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닌 wave를 측정하는 것이다. 상용화된 wave 측정장비는 TDR/TDT (time domain reflectometry / time
domain transmission)와 네트워크 어날라이져 (vector network analyzer)이다. 더불어 고주파 측정장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주파 측정장비로 쉽게 관찰 할 수 없는 여러 물리현상을 측정하여 이들 고주파 측정 장비를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임피던스 어날라이져 (impedance analyzer) 혹은 커패시터 메터(capacitormeter)역시 중요한
측정장비다.
사실상 고주파 영역에서 정확히 원하는 물리현상을 측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주지할 사실은 측정장비는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일단 측정장비와 연결된 단자를 측정 하고자 하는 시료에 갖다 대면 그것이 올바른 측정값이든
아니든 어쨋거나 측정 값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경험과 지식이 일천한 누구라도 그 실험 데이터가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 와는 별개로 손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 측정 값이 제대로 된 값인지 아닌지 검증되지 않은 실험 데이터로 물리현상을 판단하는 것은 선무당이 사람 잡듯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측정에서 이 문제의 중요성은 특히 고주파에서 그리고 wafer level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발전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의 물리적 사이즈가 매우 작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원하지 않는
기생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리고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약간의 오류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생성분을 정확히 제거 (deembedding이라 함) 하고 고주파 특성을 감안하여 측정 값을 이해하지 않으면
전혀 무의미한 측정 데이터가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 하다. 특히 TDR/TDT는 시간영역에서 많은 물리적 특성을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생성분 제거가 어렵고 측정 가능한 주파수 영역 (bandwidth)이
넓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밀한 고주파 특성을 검증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가장 범용화된 고주파 측정
장비는 역시 VNA (vector network analyzer)이다.
VNA는 잘만 이용한다면 매우 높은 주파수까지 안정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며 많은 경우 어느 정도의 기생 성분의
제거는 가능하다. 반면에 VNA로 측정하는 값은 가상의 wave (pseudo wave 즉, 실제의 power wave가 아닌
reference impedance로 변환된artificial wave)의 비(ratio)로서 측정 결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측정 값은 실제의 물리 현상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측정 값이다. 때문에 측정 값을 실제
물리현상과 관련 지어 재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signal integrity 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의 시스템 분석 및 설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일련의 고주파 특성 분석 과정은 정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 들어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의 현상간에
간극이 점증 함에 따라 실무 엔지니어 들은 실험적 검증 방법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분야에 관한 한 국내의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특히 좀은 근원적이고 장시간 연구와 시행착오가 필요한 이러한
고주파 특성분석의 중요성에 관한 한 국내 기업체 임원진 (top level manager 들을 의미함)의 이해는 너무도 부족하여
근시 일 내에 별다른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엔 미국의 NIST나 독일의 TBT 같은 연구소도 없다. IBM, Intel,
모토롤라, TI등 미국의 굴지의 기업들이 겉보기엔 우리와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체적으로도 수많은 연구를 수행 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국립 연구소와 긴밀한 공동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본질적 문제를 장단기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 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까지는 그들처럼 체계적인 연구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유야 어찌됐든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내가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사실은 특성분석의 과정을 통하지 않고 상당부분 CAD 툴에 만 의존하는
현재와 같은 접근 방법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결코 접근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모르긴 몰라도 짐작컨데,
좀더 그 심각성을 뼈져리게 느끼기 전까진 이 내 말들이 다 부질 없는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signal integrity 문제에 깊이 빠져들면 들수록 이 문제의 심각성은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론 더욱더 뼈져리게
느낄 것이다.
§ 맺음말
처음에“On-Chip Signal Integrity”에 관하여 원고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런데 청탁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냥“Signal Integrity”라고 정하고 썼다. 제멋대로 글을 썼다고 비난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signal integrity라는
것이 결코 on-chip 다르고 off-chip 다르다고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그냥“signal integrity”라고 하지 않고 특정하게“on-chip signal integrity”라고 제목을 지정한 이유는
on-chip 에서의 inductance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인덕턴스는 커패시터 보다는 실제 상황에서 개념적으로
무척 어렵고 웨이퍼 레벨에서는 직접적으로 측정 또한 만만치 않기에 더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해 봤다. 그리고 또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Signal Integrity의 본질은 언제 어디서든 같다. 다만 지금까지 무시했던 것들이 차츰 차츰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뭔가가 달라진 것 같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와는 달리 on-chip 에서도
패키지에서와 유사한 signal integrity 검증 방법을 도입해야 하고 패키지에서도 on-chip에서 하는 것과 같은 검증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부연할 사실은 패키지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칩 내의 signal integrity 검증은
언제나 국부적인 검증일 뿐이며 칩 내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패키지의 signal integrity 검증 역시 국부적인 검증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signal integrity에 관한 한 chip 내부와 외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서로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 정말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이 글의 결론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과 대답으로 대신하고 싶다.
시그널 인테그러티를 어떻게 검증하고 시스템 분석 및 설계에 어떻게 반영 할 것인가?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EMfield 입장에서 시스템을 고찰하고, 가능한 한 단순화된 wave circuits으로 시스템을 모델 하여 분석할 것이며,
제아무리 막강한 CAD 툴이라 해도 그 CAD툴을 맹신하지 말고 반듯이 실험적 고주파 특성 분석을 통해 모델을
검증 한 연후에 시뮬레이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접근 방법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겨울 뿐 더러 매우 비효율적이고 그러기에 비 현실적
접근 방법이라 반론을 펼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것이 최선의 접근 방법이란 내 소신엔 변함이 없다.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출처 : 2006 May [ IDEC NEWSLETTER ] 특집기사 - Special Article
저자 : 어영선 교수 (한양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부)
전공분야 : 고속/고밀도 VLSI 회로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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